[인터뷰] 차린한방병원 허부 병원장 "한의학, 표준화·과학화에 온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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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진 기자

입력 : 2018-11-09 10:59 수정 : 2018-11-09 10:59



사진=헬스앤라이프

 

[헬스앤라이프 윤혜진 기자]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한의학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체계를 정립하기 위해 50년 넘게 지켜오던 자리를 과감히 뒤로 했다. 경남 진해에서 부친이 34년간 운영하던 한약방 자리에 대를 이어 17년간 진료해오던 한의원을 떠나 기꺼이 뜻을 같이 해준 후배 의사들과 세종시에서 새로이 시작했다. 지난 10월 4일부터 외래를 시작한 차린한방병원 허부 병원장은 “선조들이 쌓아온 수천년의 유산인 한의학이 표준화와 과학화를 통해 근거 중심 의학으로서 자리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어 크게 발전하는 것은 물론 세계에서도 그 가치를 더 높이 인정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환자 마음까지 돌보는 게 시작이자 완성

 

“아픈 환자를 치료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지고 헤아려 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허부 차린한방병원장은 지난 10월 세종시에 새로 들어선 한양방 협진 한방병원을 이끄는 수장이다. 통합통증센터를 비롯 종양통합면역센터, 소아·여성센터, 비만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마음건강센터’를 별도의 진료과목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마음건강센터 운영엔 허 병원장의 진료 철학이 잘 드러난다. 치료의 모든 과정을 환자의 눈높이에 맞춘다. 의료의 양보다 질에 무게를 두고 적정 진료, 맞춤 의료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허부 병원장은 “환자에게 의사의 말은 복음에 가깝다. 의료진이 환자와 소통하며 육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 고통까지 덜어줄 수 있는 치료를 해야 하는 이유다. 마음건강센터 뿐만 아니라 모든 차린 한방병원 의료진은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최적의 치료법을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이름 ‘차린’은 ‘잘 가다듬어 준비한다’는 우리말 ‘차리다’에서 따왔다. 허 병원장은 “환자 중심 병원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철저히 준비한 끝에 완전한 시스템을 갖춘 후 문을 열게 됐다. 시스템을 충분히 갖췄다면 이젠 정직한 진료로 한의사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Q   고향인 진해에서 오랜 기간 병원을 운영하다 세종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세종은 보건복지부, 식약처가 위치한 보건의료정책의 요충지다. 현재 한의 의료기술이 제도권 내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한의 의료기술에 특화된 신의료기술 평가 추진 등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와 손을 잡고 한의 신의료기술 평가 활성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방에 위치하면 중앙과 소통이 어렵다는 애로사항이 있어 세종이 최적이라는 판단을 했다. 여기서 뜻을 함께하기로 한 후배, 제자들과 한의학적인 진단법을 검정해서 정착시키는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일각에서는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고 한다.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시각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한의학의 유효성, 안전성을 입증하는 수많은 논문이 이미 있다. 한의학이 근거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일부는 단순히 비난 자체가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근거 중심 연구 결과를 보여주려고 한다. 후배, 제자들과 이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Q  한의학과 양의학은 어떻게 다른가.

 

 양의학은 병의 (직접적인) 원인에 초점을 맞춘다면, 한의학에서는 우주, 자연, 사람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서로 균형을 이루지 못해 병이 왔는지를 따진다. 즉, 서양 의학은 미시적 관점, 한의학은 거시적 관점인 거다. 한의학은 국소적 치료보다는 전인적 치료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부작용이 적다.

 

Q   고령화시대에 진입했다. 이같은 사회적 변화 속에 한의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나.

 

A   현재도 그렇지만 만성질환 관리와 관련해 한의약이 해야 할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때문에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치매 연구다. 한의학적인 치료로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으며 정부 역시도 이를 인정했지만 안타깝게도 정책적인 문제에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Q   근 손실로 보행이 어려운 노령층을 돕기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던데.

 

A  개발은 완료된 상태고 상용화를 위한 절차를 준비 중이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장기간 침대에 누워있을 경우 인체에 나타나는 영향을 확인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장기간 우주에 머무는 우주비행사를 피시험자로 해 약 70여일 정도 진행한 실험이다. 실험 결과 피험자는 서 있을 수 없을 만큼 몸이 휘청거렸고, 허벅지 사이즈는 3분의 1 정도가 줄었다. 이처럼 건장한 우주인들인데도 몸이 안좋아지니, 노인들은 어떻겠나. 근 손실로 보행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기자극을 통해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다 보면 근섬유 조직을 자극해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는 기기가 있는데, 이 기기에 다리 전체를 감쌀 수 있는 자극 패드를 접목한 제품이다. 모든 병원에서 이 패드 사용한다면 근력 증진 데이터를 도출할 수도 있다.

 

Q   ‘침술의 대가’라고 들었다.

 

A   대가라는 말, 부끄럽다. 한약방을 운영하셨던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한방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약 보다는 오히려 내게 새로웠던 침술에 관심이 가더라. 침술에 대한 공부에 진력했다. 특히 경락경혈학이 주 연구 분야다. 대학원에서도 전공을 경락경혈 교실에서 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Q   원래 공학도였다. 진로를 변경한 이유를 알고 싶다.

 

A   첨단과학에 관심이 커서 전자공학과에 지원해 합격했다. 전자공학은 내 적성에 잘 맞았고, 재밌게 공부하며 졸업까지 했다. 미련을 못 버리고 계셨던 아버지께서 한의학을 다시 하길 원하셨다. 그래서 한의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한의학 역시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본다는 점에서 내게 잘 맞는 학문이란 생각이 들더라.

 

Q   지금껏 진료해오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환자가 있다면.

 

  안면마비로 양방병원에서 헌트증후군 확진을 받은 환자였는데 양방으로는 치료가 어렵다고 진단이 내려졌다. 내게 와서 6개월 동안 꾸준한 침구 치료를 받은 후 후유증 하나 없이 기적처럼 완치됐다.

 

Q   한의사로서 가장 중요시하는 덕목은.

 

  사랑이다. 환자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없다면 한의사로서 일하기도 살아가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의료진이라면 다 같지 않을까. 후배나 제자들에게도 늘 상기시키는 부분이다.

 

Q   한의사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을 꼽아달라.

 

A   매 순간이 보람을 느낀다.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그러하다.

 

Q   최종 목표가 있다면.

 

  우선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통해 의료제도 내에서 한의학 비중을 높이고 싶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것이고 한의학에 대한 (편협한)인식도 변화할 것이다. 한가지 더 말한다면 한의 의료진을 제대로 육성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학교를 설립해 그 바람을 현실로 만드는 게 목표다.

 

사진=헬스앤라이프

 

yhj@health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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