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여성을 보는 정부의 눈(目) -헬스앤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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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여성을 보는 정부의 눈(目)

취재팀 곽은영 기자 입력 : 2017/02/05  11:56

 

사진=셔터스톡

 

행정자치부가 출산지도를 공개하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여성가족부도 보건복지부도 아닌 행정자치부에서 가임기 여성의 ‘자궁수’ 지도를 만든 것에 대해 국민들은 “국가가 여성의 자궁을 개인의 것이 아닌 국가의 관리대상 물품처럼 취급하는 것 같다”고 불쾌함을 표현했다. 작년 한창 뜨거웠던 ‘중절수술 규제’와 ‘여성의 임신중단권 선택권’과도 연결되는 고리다. 그뿐만이 아니다. 작년 초 보건복지부는 국가건강정보포털에 이상적인 여성의 가슴모양과 수치, 그 역할 등에 대한 글을 올려 도마에 오르는가 하면, 남녀로 나뉜 건강/질병 파트에선 남성은 제외하고 여성의 경우에만 피임과 불임에 대해 설명을 해놓아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부가 내놓는 시책과 자료마다 국민 그 중에서도 여성을 바라보는 적나라한 시선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출산지도의 경우 잘못된 아이디어를 낸 실무진 이전에 대통령의 말에서 그 책임이 시작됐다. 단순한 헤프닝이 아니란 이야기다. 작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은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출산장려시책의 추진을 당부했고, 정부는 8월 행자부 산하 저출산고령화 대책지원팀을 신설해 출산율 회복을 위한 보완대책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기존 정책 문제점으로 “지자체의 적극적 참여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가 미흡하다”는 점이 지적됐고 “현장에서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드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함께 있었다. 즉, 지역별로 가임기 여성수 등 ‘통계’를 내고 비교해서 지자체들간 자율경쟁을 장려하라는 것에서부터 출산지도가 시작된 것이다. 결국 출산지도는 한국 정부의 경쟁만능주의, 젠더 감수성 부재, 전시행정 등이 복합적으로 섞이면서 탄생한 것이다.

 

전시행정인 탓에 핑크 출산지도의 책임자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행자부 관계자들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책임자와의 통화를 요청하는 취재진에게 행자부 주무관은 곤란한 기색만 비추며 말을 돌리다가 책임자의 콜백을 약속했지만 결국 전화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출산지도에 책임자가 없느냐는 질문에 “현재 이 사안이 문제가 되고 있는 걸 알지 않느냐”는 대답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출산지도 담당과에서는 출산지도에 대한 일반인들의 문제 제기와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날짜와 주제, 목적에 대해 물어보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얼버무렸다.

 

또한 행자부 측은 “출산지도 사이트에 대해 여성들이 반감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라고도 말했는데 이 말은 “여성들이 의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해 여성 단체들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올해는 특히 인구절벽이 시작되는 해로 연초부터 출생율과 관련한 기사들이 잔뜩 쏟아져 나왔다. 많은 기사들이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 곤란한 국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했지만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지 않은 여성의 입장과 이유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다.

 

정부와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시각은 서울의 지하철에서도 마주할 수 있다. 서울시는 작년부터 저출산 극복을 위해 임산부 배려석을 만들고 좌석 바닥에 ‘핑크카펫,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열차 내에서는 “임산부가 힘이 드니 자리를 양보합시다”가 아닌 “임산부의 뱃속에 있는 아이는 나라의 미래이니 자리를 양보합시다”라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임신부를 배려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임신으로 몸이 약해졌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이 불편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사진=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출산 장려 공익광고들에서도 순서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신사임당이 율곡을 낳기 전 양육비부터 걱정했다면 위대한 두 모자는 역사상에서 사라졌을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왼쪽의 광고에 대해 누리꾼들은 “사임당의 가정은 강릉은 물론, 강원도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로 노비만 100명이었고 결혼 후에는 남편이 서울과 강릉을 오가는 여정이 번거롭다며 평창에 별장을 하나 둘 정도였다”며 애초에 양육비 걱정이 없는 환경이었음을 지적했다. 또한 양육비에 대한 대책은 없이 먼저 아이부터 낳으라는 무책임한 메시지에 울분을 토했다.

 

지난해 한국생산성본부가 진행한 출산 장려 포스터 공모전에서는 ‘외동아는 형제가 없기 때문에 사회성이 떨어지고 발달이 늦으며 자기중심적이 되기 쉽다’는 메시지를 담은 일명 ‘누런 떡잎 포스터’가 금상을 수상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한국생산성본부

모두 양육비 증가, 보육시설 미비, 주거 불안 등 핵심적인 사회 문제들에 대한 대책은 없이 엉뚱하게도 부모, 그 중에서도 모성의 죄책감만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광고 내 아빠의 부재도 문제로 꼽힌다. 오히려 70년대 산아제한 때의 광고에는 부부가 함께 등장해 가족계획을 하고 둘만 낳아 행복하게 사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최근 방영되는 캠페인은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고 있다.

 

정부 주도 정책들을 비롯해.............

 

곽은영 기자 news1@compa.kr

 

기사 원문:

http://www.healthi.kr/news_view.asp?ArticleID=170203105765&catr=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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