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인터뷰] 안형준 경희의료원 장기이식센터장 -헬스앤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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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인터뷰] 안형준 경희의료원 장기이식센터장

“장기기증 활성화로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어”

취재팀 윤혜진 기자 입력 : 2017/02/03  10:22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장기이식센터’. 장기이식은 신장, 간장, 각막 등 장기부전 환자에게 최후의 치료법이다. 의료 진은 뇌사자 또는 생체 기증자의 건강한 장기를 말기 장기부전 환자에게 이식해 새 생명을 살린다.

 

장기이식센터 외과 전문의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열쇠를 쥐고 있다. 외과는 수술이 잦아 의사들이 꺼리는 비인기과다. 특히 장기이식센터(외과)는 밤낮이 없어 더 힘든 곳이다. 한밤중에도 응급콜이 오면 언제든 달려나간다.

 

“2009년 선종한 故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을 기증한 후 장기기증에 서약했다. 장기기증자는 대기자의 10%에도 못 미친다. 기증이 활성화돼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목표다”

 

안형준(47) 경희의료원 신장이식센터장은 이식분야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명의(名醫)다. 경희의료원 진료실에서 만난 안 센터장의 첫인상은 온화했다. 따뜻한 미소와 부드러운 어투는 그가 의사라는 사실조차 잊게 만들지만, 안 센터장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수술방에서 날카로운 메스를 들고 예리한 눈빛으로 생명을 연결하는 장기이식 전문의다.

 

죽어가는 장기에 새 삶 주는 것에 반해

진료실에서 만난 안 센터장의 책상 위엔 카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연말과 신년을 맞아 지난 10년간 수술해 온 환자와 그 가족들이 카드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낸 것이다. 안 센터장은 수술이 많아 아직 카드를 다 읽진 못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한장씩 읽어보며 힘을 얻는다고 한
다.

 

생명현상에 관계되는 현상을 연구하는 생물 과목을 유독 좋아했던 그는 어렸을 적부터 의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생각은 달랐다. “기계공학을 전공해 아버지가 하시는 가업을 이어받기를 원하셨다. 당연히 의대 진학에 반대하셨고 부모님의 뜻에 따라 기계공학과
를 지원하고, 또 몰래 의대에도 지원했다. 결국 내 뜻을 존중해주셨고 지금 이렇게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안 센터장은 본과 3학년 외과를 전공하기로 일찍이 마음먹었다. 더불어 스페셜리티(전문 분야)까지 정했다. 바로 ‘장기이식’이다. 보통 전공을 정할 때 본인이 진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 성적에 맞춰 인기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적이 우수했던 안 센터장은 여러 인기과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비인기과인 외과를 택했다. “본과 3학년 때 장기이식 강의를 들었다. 다 죽어가는 장기에 새로운 삶을 준다는 것에 반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가족보다 환자가 우선…고맙고 미안해

훌륭한 외과의는 될 수 있지만 동시에 훌륭한 배우자가 되긴 힘들다. 안 센터장은 분초를 다투는 장기이식 분야에서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특히 배우자와 사랑하는 자녀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 거의 없다. “아이들이 고등학생인데 어떻게 자라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잘 모른다. 펠로우 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들어간 적도 있다. 사실 지금도 집에 못 가는 날이 많다. 다행히도 의사인 아내가 나를 잘 이해하고 지원해준다. 또 아이들도 이해하며 착하게 잘 크고 있다. 참 고맙고 미안하다...”

 

체계적 협진으로 이식 성공율 99%...해외서 러브콜

협진 시스템은 장기이식 성공의 관건이다. 예를 들어 신장이식을 진행할 때 수술 전·후 환자 관리는 신장내과, 장기 적출 수술은 비뇨기과 그리고 이식 수술은 이식외과에서 한다. 경희의료원 장기이식센터는 99%의 이식 성공율을 자랑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안센터장은 그 이유로 ‘체계적인 협진 시스템’을 꼽았다. “장기이식은 어느 한 과의 진료가 아닌 여러 진료과 간 고도의 팀워크와 긴밀한 협진이 요구된다.

 

경희의료원 장기이식센터는 수술 전 내과, 외과 등 전문 의료진이 모여 환자의 수술 적합 여부, 수술법,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법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며 수술 전후 전 과정을 계획한다” 안 센터장의 의술은 해외에서도 인정받는다. 유럽, 중동, 동아시아 등 멀리 있는 해외의 환자도 장기이식을 위해 안 센터장을 찾는다. 몽골, 러시아에서 이식 요청 러브콜이 오기도 한다. 안 센터장은 “현재는 국내 환자의 이식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해외환자를 위한 시스템을 갖춰 장기이식 분야의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운전면허 딸 때 장기기증 결정할 수 있어

안 센터장은 장기 기증 활성화와 비윤리적 장기 이식 근절에도 힘쓰고 있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국내 환자는 약 2만7000명이다. 가령 콩팥 하나를 이식받으려면 무려 1800일을 기다려야 한다. 이렇다 보니 경제적 여유가 있는 환자는 중국 원정 장기이식을 받는다. 문제는 중국 장기 대다수는 사형수에게서 적출한 장기로 분명 불법이다. 이식정책지원회 간사로 장기기증 활성화에 힘쓰고 있는 안 센터장은 “스페인은 인구 100만명당 39명이 장기를 기증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9.9명에 불과하다”며 “불법 장기이식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각 국가들이 자국에서 환자의 요구를 해결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장기 기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기 기증 절차의 간소화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미국은 기증 절차가 간단하다. 운전면허증을 딸 때 기증 여부를 묻고 기증 의사를 밝히면 면허증에 표시한다. 교통사고 발생 시 바로 기증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리 생전에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히고 서약을 해도 사망자의 선순위 보호자 2명이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아직갈 길이 멀다”

 

뇌사자 발생으로 이식 순서가 다가왔는데도 수술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환자도 있다. 안 센터장은 “이식을 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데 비싼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어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 다행히도 의료원 내 사회사업팀 시스템이 잘 돼 있어 의료비 전액 또는 일부를 지원한다. 하지만 일부 금액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 마음이아프다”고 말했다.

 

초심 간직하며 이식분야 탑3 되겠다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윤혜진 기자 news1@compa.kr

 

기사 원문:

http://www.healthi.kr/news_view.asp?ArticleID=170203105754&catr=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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